6/01/26

유방 재건 수술 후 알게 된 인공진피와 확장기의 시간

 안녕하세요. 만년 구대리입니다.

오늘은 유방 재건 과정에서 제가 뒤늦게 알게 되었던 ‘인공진피(ADM)’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찻 잔과 책, 핑크꽃이 놓인 테이블 이미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준비하던 당시의 저는 솔직히 암 치료 자체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전절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고,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재건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공진피였습니다.

수술 중 보호자가 대신 결정해야 했던 순간

저는 왼쪽 유방 전절제 수술과 함께 조직확장기 삽입을 통한 유방 재건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유방외과에서는 암 조직 제거를 담당하고, 이후 성형외과에서 재건 수술을 이어서 진행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술대에 올랐고 전신마취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그 이후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퇴원 후 어느 날 남편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수술 도중 성형외과 교수님이 남편을 따로 호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마취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유방외과에서 암 조직을 제거한 뒤 성형외과 교수님이 재건을 위해 수술 부위를 확인했는데 예상보다 조직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 체형이 마른 편이었고 피부와 피하지방층도 얇았습니다.

교수님 판단으로는 조직 상태와 혈류가 좋지 않아 재건 후 상처 회복이나 염증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조직확장기를 삽입할지, 아니면 계획을 변경할지를 보호자와 상의해야 했던 것입니다.

당사자인 저는 전신마취 상태였으니까요.

남편 역시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확장기를 넣어달라고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남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잖아."

"차라리 해보고 결정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

지금 돌이켜보면 참 남편다운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획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실제 조직 상태를 보면서 가장 안전한 방향을 고민해 주셨던 성형외과 교수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수술 후 알게 된 인공진피의 존재

수술이 끝난 뒤 저는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몸 안에 인공진피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인공진피?"

"내 몸 안에 인공 피부가 들어갔다고?"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나중에 성형외과 진료를 보면서 여쭤보니 제 피부 조직이 워낙 얇아서 인공진피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인공진피(ADM)란 무엇일까

인공진피는 ADM(Acellular Dermal Matrix)이라고 부릅니다.

사람 또는 동물의 피부 조직에서 세포 성분을 제거하고 콜라겐 구조만 남긴 생체 재료입니다.

유방 재건 수술에서는 확장기나 보형물을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부족한 조직을 보강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피부가 얇거나 피하지방이 부족한 환자의 경우 재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인공진피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감염, 염증, 상처 회복 지연, 구형구축 등의 가능성이 함께 논의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재건 방법이 적합한지는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해야 합니다.

확장기와 함께 살았던 시간

수술 후 저는 조직확장기를 몸 안에 넣은 채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직확장기와 보형물을 비슷하게 생각하시는데 실제 느낌은 꽤 달랐습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한 조직확장기는 흔히 미용 목적의 유방 확대술에 사용하는 부드러운 실리콘 보형물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상당히 딱딱했습니다.

몸 안에 낯선 물체가 들어 있다는 느낌도 강했습니다.

그리고 조직확장기는 처음부터 원하는 크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 기간마다 성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으며 확장기 안으로 생리식염수를 조금씩 주입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가슴 안에 있는 주입구를 통해 액체를 넣으면 확장기가 조금씩 커집니다.

그러면 그만큼 피부도 늘어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주입하고, 다시 피부가 늘어나고, 또 기다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 목표 용량까지 확장을 진행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그저 치료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신기한 과정이었습니다.

내 피부를 서서히 늘려 새로운 가슴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생각보다 불편했던 일상

하지만 확장기와 함께하는 생활이 편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불편했습니다.

확장기 안에 액체가 채워질수록 무게감도 달라졌습니다.

한쪽 가슴만 부피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의 균형도 달라졌습니다.

어깨가 아프고,

등이 뻐근하고,

허리가 불편한 날도 있었습니다.

무게 중심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부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잠자는 자세였습니다.

저는 원래 엎드려 자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확장기를 넣고 나서는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신경이 쓰였고 압박되는 느낌도 불편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확장기를 품고 살았습니다.

결국 재건을 내려놓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많은 고민 끝에 재건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수술 4년 차에 확장기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제거 수술 후 교수님께서는 구형구축이 상당히 심한 상태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거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깨끗하게 제거가 잘 되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는 정말 놀라운 기분을 경험했습니다.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어깨와 허리의 부담도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정말 표현 그대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꼭 재건이 아니라 편안함이었다는 것을요.

해보지 못해서 남은 미련은 없습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

만약 재건을 끝까지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미련은 없습니다.

저는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확장기를 넣어도 보았고,

확장도 해보았고,

몇 년 동안 몸 안에 품고 살아도 보았습니다.

충분히 경험한 뒤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후회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경험 덕분에 재건을 선택하는 환우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재건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환우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재건을 하는 것도 정답입니다.

재건을 하지 않는 것도 정답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가장 편안한 방향을 찾는 것입니다.

암 치료 이후의 삶은 결국 내 몸과 평생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니까요.


공부하는 환우를 위한 당부의 말씀

제가 이곳에 기록하는 모든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치유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합니다.

사람마다 체질과 형편이 다르기에 무조건 특정 수술 방법이나 재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내 몸에 맞는 건강한 선택을 하려는 노력입니다.

항상 주치의와 상의하시고, 본인만의 지혜로운 치료 방향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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