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10년, 술과 여성호르몬의 관계를 꼭 알아야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만년 구대리입니다.

유방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저는 술과 여성호르몬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여성이라면 여성호르몬은 많을수록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었습니다. 피부에도 좋고, 젊음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호르몬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암세포의 성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46살 연말 건강검진에서 결절을 발견하고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저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대해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술이 단순히 간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호르몬의 대사와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술을 마시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유방암을 경험한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관련 의학 자료를 공부하면서 제가 새롭게 이해하게 된 술과 여성호르몬, 그리고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관계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술이 간에서 대사되어 유방암 위험 증가의 관계를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술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처리될까요?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와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간으로 이동합니다.

간에서는 알코올탈수소효소(ADH)​가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로  분해합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이 강한 물질로, 다시 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아세트산으로 분해되어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 형태로 배출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입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코올 음료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군 발암요인(Group 1 Carcinogen)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ALDH2 효소 활성이 낮은 사람이 적지 않아,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체내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대표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하지만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은 누구에게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생성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그중 하나가 바로 여성호르몬 대사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여성호르몬은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요?

유방암을 경험하기 전의 저는 "여성이니까 여성호르몬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닐까?"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생식 기능과 뼈 건강, 심혈관 건강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문제는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균형'입니다특히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 유방암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 몸의 유방세포에는 에스트로겐을 인식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습니다정상적인 세포에서는 에스트로겐이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하지만 암세포가 이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에스트로겐이 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호르몬 양성 유방암 치료에서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치료 전략이 됩니다.

유방암 환우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타목시펜은 에스트로겐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막아주고, 아로마타제 억제제(페마라, 아로마신, 아리미덱스)는 폐경 후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의 생성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 치료의 핵심은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가능한 한 낮추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술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몸에서 알코올이 어떻게 대사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술은 여성호르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술과 유방암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술을 마실 때마다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증가한다고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서는 음주가 여러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에스트로겐 대사와 혈중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간은 알코올뿐 아니라 여성호르몬도 처리합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고 불립니다.

술을 분해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이 끝난 에스트로겐을 대사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간은 독성 물질인 알코올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이 과정에서 에스트로겐 대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 결과 일부 연구에서는 음주 후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폐경 이후에는 난소보다 지방조직에서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지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DNA를 손상시키는 아세트알데하이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단순히 숙취를 만드는 물질이 아닙니다.

DNA와 단백질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이며, 손상된 DNA가 제대로 복구되지 못하면 돌연변이가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 몸에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시스템이 있지만잦은 음주로 인한 반복적인 손상은 이 복구 체계의 한계를 초과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코올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Group 1 Carcinogen)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활성산소도 증가합니다

알코올을 대사하는 과정에서는 활성산소(ROS)도 증가합니다활성산소는 세포막과 단백질, DNA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이를 제거하는 항산화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잦은 음주가 반복되면 산화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세포 손상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엽산 대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엽산은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DNA를 합성하며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과도한 음주는 엽산의 흡수와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 역시 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된 기전 가운데 하나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 술은 하나의 경로가 아니라 여성호르몬 대사, DNA 손상, 활성산소 증가, 영양소 대사 변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암 발생 위험과 관련될 수 있는 것입니다.


"술을 잘 마시는 체질"이라는 착각

저는 오랫동안 술을 잘 마시는 체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을 마셔도 얼굴이 심하게 붉어지지 않았고, 다음 날 숙취 때문에 회사에 지각하거나 결근한 적도 단 한 번 없었습니다그래서 '나는 술이 잘 맞는 체질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술을 잘 마시는 것과 술이 몸에 안전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ALDH2 효소 활성이 낮아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오래 머무르는 특징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 뿐입니다.

반대로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알코올이 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알코올은 누구에게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생성하고,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며, 다양한 대사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유방암을 경험한 뒤에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술을 끊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글을 "술을 절대 마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닙니다사실 제 주변에도 호르몬 양성 유방암 치료를 마친 뒤에도 와인을 즐기는 환우분들이 계십니다.

술을 끊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어떤 사람에게는 술을 마시는 시간이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음주에 대한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다만 저는 유방암을 경험하고 관련 의학 자료를 공부하면서, 적어도 술이 우리 몸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여성호르몬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왜 유방암 위험 증가와 연결되는지 정도는 알고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30대가 되어서야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회식이 잦은 조직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참여하게 되었고, 술은 선택이라기보다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술을 좋아해서 마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술을 잘 마시고 회식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도 사회생활의 일부처럼 여겨졌습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존중받고, 회식 문화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습니다저는 그런 변화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46살에 결절을 발견한 뒤 저는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선택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술 한 잔쯤이야."라고 쉽게 생각하기보다 "내 몸은 이 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술을 끊으라는 강요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조금 더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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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및 면책 조항]

이 글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을 경험한 저자가 국내외 의학 자료, 연구 논문, 그리고 암 관련 전문 기관의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공부하고 정리한 개인적인 학습 기록입니다.

  • 의료적 조언이 아닙니다: 본 콘텐츠는 의학적인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글에 언급된 내용은 보편적인 연구 결과일 뿐, 환우님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 암의 병기, 치료 방법, 유전자적 특성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 음주 여부, 호르몬 치료제(타목시펜, 아로마타제 억제제 등)의 복용 및 일상생활 습관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반드시 담당 주치의 또는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개별적 차이: 같은 암종이라 하더라도 환자마다 신체적 조건과 반응은 다릅니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은 의료진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정보의 책임: 본 글을 참고하여 발생하는 어떠한 결과에 대해서도 글쓴이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며, 모든 결정은 본인의 책임 하에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및 출처]

본 글은 다음의 공신력 있는 의학 정보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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