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년 구대리입니다.
우리는 매일 몸에 무언가를 바르고 뿌립니다. 아침에 향수를 뿌리고,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챙겨 바르며, 파운데이션이나 립스틱으로 얼굴을 꾸밉니다.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라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암 치료라는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제 생활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일상적인 제품들을 이제는 한 번 더 살펴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제가 예전에는 매일같이 피부에 양보했던 '향수와 화장품'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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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와 화장품 속 성분 표기 썸네일 |
1. 향수, 매일 뿌리던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
진단받기 전의 저는 향수를 매일 뿌렸습니다. 그때는 향수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고, 좋은 향기가 나는 제 모습을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향수 한 병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피부에 직접 뿌리면 우리 몸에 어떤 노출이 생기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특정 향이나 향수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그럴 때면 가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탓하거나 유행을 탓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그랬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향수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향수는 단순히 하나의 향기 물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향료 성분을 조합해 원하는 향을 만들고, 이 향을 공기 중으로 잘 퍼지게 하거나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 성분들을 배합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향료'는 비단 향수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샴푸, 샤워젤, 바디로션 등 다양한 화장품과 개인위생용품에도 널리 사용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장품에 사용되는 향료 성분 가운데 일부가 특정 사람에게는 알레르기나 민감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향수와 화장품을 사용할 때 가장 현실적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피부 자극과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피부에 편안한 것은 아닌 셈입니다.
향수와 프탈레이트, 오해와 진실
향수 이야기를 하다 보면 프탈레이트(Phthalate)라는 이름을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프탈레이트는 여러 화학물질을 묶어 부르는 명칭으로, 일부는 화장품이나 향료 제품에서 용매나 향을 오래 유지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중 향료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디에틸프탈레이트(DEP)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확하게 구분해야 할 팩트가 있습니다.
"향수에 프탈레이트가 들어가니까 무조건 위험하다."
이렇게 단순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FDA는 화장품과 향료에 사용되는 DEP에 대해 "현재의 사용 방식에서는 알려진 인체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는 프탈레이트와 페놀류 등을 포함한 미용 제품 속 화학물질이 내분비계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검출됐다 = 해롭다"가 아니라, "어떤 물질에, 얼마나, 어떤 경로로, 얼마나 자주 노출되는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태도입니다.
2. 화장품은 어떨까요? 성분표 뒤에 숨은 이야기
화장품은 향수보다 훨씬 더 우리 일상과 밀접하고 그 종류도 많습니다. 스킨과 로션부터 파운데이션, 쿠션, 립스틱, 아이섀도, 마스카라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하며, 제품마다 보존제, 향료, 색소, 자외선 차단 성분 등 수많은 화학 성분이 배합됩니다.
NIEHS는 화장품과 개인위생용품에 파라벤이나 프탈레이트 같은 여러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들의 건강 영향을 연구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위험한 행동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품의 용도와 하루 사용량, 사용 빈도, 그리고 내 피부가 보내는 반응을 함께 살피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입니다.
'천연', '저자극' 문구의 함정
'천연(Natural)', '저자극', '저알레르기(Hypoallergenic)'라는 문구가 붙어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됩니다. 저 역시 제품을 고를 때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천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자극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식물성 천연 성분도 체질에 따라 심각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반대로 합성 성분이라고 해서 모두 몸에 나쁜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FDA는 미국에서 화장품에 흔히 쓰이는 '저알레르기(hypoallergenic)'라는 표현에 대해 별도로 정해진 법적 기준이나 정의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화려한 광고 문구만 믿기보다는 성분표를 직접 확인하고 내 피부에 맞는지 테스트하는 습관이 훨씬 중요합니다.
굳이 필요한가 싶은 아쉬움, 향료 성분
성분표를 읽다 보면 어려운 화학 이름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향료입니다.
FDA에 따르면 화장품의 향료는 여러 천연 및 합성 성분이 섞인 복합적인 혼합물일 수 있으며, 구체적인 성분명 대신 단순히 'Fragrance' 또는 'Parfum'으로 뭉뚱그려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에게는 이 부분이 조금 아쉽게 다가옵니다. 기초화장품의 주목적인 보습이나 자외선 차단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성분이 아니라면, "굳이 인공적인 향까지 더해서 피부에 바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3. 과거의 나도 몰랐고, 지금은 조금 다르게 삽니다
지금의 저는 향수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외출할 때 가끔 향수를 뿌리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도 모르게 이런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사용하지 않는 게 제일 좋지만, 굳이 쓰고 싶다면 피부에 직접 뿌리지 말고 옷깃에 살짝만 뿌려."
나름의 애정 어린 조언인데 아들에게는 그저 잔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옷에 뿌린다고 해서 향수 성분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향은 공기 중으로 퍼져 결국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피부에 직접 분사하는 대신 옷에 소량만 묻히는 것은 피부를 통한 화학물질의 직접적인 흡수를 줄이는 하나의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작은 선택의 차이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화장품도 모두 끊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화장품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우리 삶에서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외모를 가꾸는 자신감이고, 누군가에게는 외출을 준비하는 설렘이며, 하루를 단정하게 시작하는 작은 의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화장품을 쓰지 말자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암 치료를 겪은 후 저는 예전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제품이 더 예쁠까? 어떤 신상이 유행일까?"를 먼저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 제품이 정말 내 피부에 필요한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 향수는 사용하지 않고,
- 화장품도 꼭 필요한 스킨케어와 선크림 위주로만,
- 생활용품 역시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모두에게 맞는 정답이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몸이 한 차례 큰 아픔을 겪고 난 뒤 찾아낸 저를 지키는 편안한 생활 습관일 뿐입니다.
4. 생활 속 작은 노출, 정말 괜찮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공기, 물, 음식, 생활용품 속에 존재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피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모든 화학물질이 무조건 우리 몸을 해치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이든 유난스럽게 전부 피하려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불필요한 노출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훨씬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향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장 버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예쁘게 화장하는 사람에게 겁을 주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듬뿍듬뿍 바르며 살았으니까요.
그저 지금의 저는, "이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은 기분 좋게 사용하고, 줄일 수 있는 불필요한 첨가물은 덜어내며, 내 몸과 피부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
저에게는 그것이 생활 속 작은 화학물질 노출을 평온하게 바라보고 대처하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주의 및 면책 조항]
이 글은 개인적인 투병 및 회복 경험과 미국 FDA, NIEHS 등 공공기관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개인적인 정보 공유 기록입니다. 향수나 화장품에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일부 성분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해당 제품이 암이나 특정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은 서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의 연구만으로 일반적인 화장품 사용이 암을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특정 화장품 사용 후 가려움, 발진, 따가움 등의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및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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