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년 구대리입니다.
유방암을 경험한 뒤부터 암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나 연구 결과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찾아보게 됩니다.
얼마 전 제 주변의 한 유방암 환우가 유방 부분절제술을 받았던 부위의 피부에서 다시 암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유방암이 어떻게 피부에서 다시 발견될 수 있을까?'
유방암은 원래 발생했던 부위 주변의 조직이나 피부에 다시 나타날 수도 있고, 다른 장기로 퍼질 수도 있습니다. 피부에서 발견된 병변이라도 유방암 세포라면 새로운 피부암이 아니라 유방암의 재발 또는 전이로 판단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피부에 나타나는 암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료를 찾아보다 유방외 파제트병이라는 희귀 피부암을 다시 살펴보게 됐습니다.
오늘은 습진이나 피부염과 비슷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는 유방외 파제트병의 증상과 진단, 치료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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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외 파제트병 증상 인포그래픽 |
20년 동안 습진으로 오인받은 희귀 암, ‘유방외 파제트병’이란?
피부에 가려움증이나 발진이 생기면 우리는 대개 단순 습진이나 접촉성 피부염으로 생각하고 연고를 바르며 지내기 쉽습니다. 하지만 흔한 피부 질환과 겉모습이 비슷해 감별이 필요한 희귀 피부암이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로리 힐(67)은 20년 동안 생식기 부근의 심한 가려움과 화끈거림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초기에는 단순 피부염 진단을 받아 염증 완화 크림을 처방받았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수년간 고통을 겪은 끝에 병원을 다시 찾아 진행한 조직검사에서 ‘유방외 파제트병(EMPD, Extramammary Paget's Disease)’ 진단을 받았습니다.
- 유방외 파제트병이란? 이름 때문에 유방암과 관련된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땀샘이 발달한 생식기, 항문 주위, 사타구니, 회음부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매우 드문 피부 악성종양입니다. 발생 자체가 매우 드물어 연간 발생률을 100만 명당 0.1~2.4명으로 추정한 연구도 있습니다.
- 왜 진단이 늦어질까? 붉고 분홍색의 발진, 각질 등이 생겨 습진이나 곰팡이 감염 등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또한 부위의 특성상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JAMA Dermatology 2024 메타분석 등에 따르면 병변이 생긴 뒤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외음부 평균 25.1개월, 항문 주변 평균 21.7개월, 음경·음낭 부위 평균 12.0개월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방치하면 위험한 이유와 해부학적 위치별 주요 증상
유방외 파제트병은 진행이 느린 편이지만, 일부에서는 피부 깊숙이 침윤하거나 림프절 및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 예후와 조기 발견: 피부에 국한된 국소 병변은 전이된 병변보다 예후가 훨씬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한 SEER 연구에서는 국소 질환의 5년 질병특이 생존율이 약 92%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대처가 중요합니다.
- 해부학적 위치별 증상 빈도: 가려움, 화끈거림, 붉은 발진, 진물, 딱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증상의 빈도는 부위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2024년 JAMA Dermatology 메타분석에 따르면 가려움증이 보고된 비율은 음경·음낭 부위에서 91.8%, 항문 주변에서 42.6%, 외음부에서 10.2% 등으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만성적인 피부 변화가 일반적인 피부염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수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습진으로 단정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피부 생검과 병리검사를 통해 확진하며, 병변이 넓거나 여러 부위에 퍼져 있다면 여러 부위에서 생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변 위치와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 방향
유방외 파제트병의 치료 방향은 암의 크기, 침윤 정도, 그리고 발생한 부위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됩니다.
- 수술적 치료: 침윤성 EMPD의 경우 수술적 절제를 우선적인 치료로 고려합니다. 병변의 범위에 따라 광범위 국소절제술이나 모스미세도식수술 등이 적용됩니다.
- 특수 부위의 치료: 병변이 요도나 항문 등에 가까운 경우에는 수술 범위와 기능 보존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병변의 위치와 침윤 정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국소치료 또는 전신치료 등을 개별적으로 결정합니다.
- 원발성과 이차성 감별: 진단 시 환자의 나이와 병변 위치에 따라 대장·직장 질환이나 비뇨기계 등 내부 악성종양과의 연관성을 함께 평가하여 원발성과 이차성을 구별하게 됩니다.
마치며: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혜
암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작은 몸의 신호도 유난히 크게 다가옵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저 역시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살펴보는 것과 불안해서 모든 증상을 암으로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오늘 전해드린 희귀 피부암 이야기처럼, 오랫동안 낫지 않는 피부 트러블이나 가려움이 있다면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지혜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연구와 의학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건강정보입니다.
생식기 주변의 가려움이나 피부 변화만으로 유방외 파제트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증상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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