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년 구대리입니다.
요즘 동네 공원이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어 던지고 맨발로 흙길을 걷는 분들의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발바닥이 아프지 않으실까?', '돌멩이라도 밟으면 어쩌려고 그러시나' 싶었는데, 이제는 험한 등산로까지 맨발로 오르는 분들이 계실 정도로 요즘 '맨발 걷기' 열풍이 정말 대단합니다.
사실 감사하게도 저희 동네에도 황토길이 아주 잘 갖춰져 있어서, 저 역시 운동 삼아 산책 삼아서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매우 더운 날, 슬쩍 수분을 머금어 차가우면서도 촉촉한 황토흙을 발바닥으로 직접 디딜 때면 머리끝까지 시원함이 쫙 올라옵니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차갑고 부드러운 흙이 말랑하게 감겨 들어올 때면,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신발이라는 두꺼운 벽에 갇혀 있던 발가락들이 비로소 숨을 쉬는 듯한 해방감마저 듭니다.
이 촉감이 참 좋아서 종종 바닷가에 여행을 가게 되면 저는 항상 모래밭을 맨발로 걷곤 합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촉촉하고 단단한 모래 위를 맨발로 포근히 디디며 걷는 시간은 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힐링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어싱(Earthing)'을 제대로 하는 것이지요.
매일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컴퓨터와 TV 등 수많은 가전제품에 노출된 채 살아갑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몸에 피로가 쌓이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자연 속으로 들어갔을 때만큼은 내 몸을 땅과 직접 연결하는 이런 기분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되지 않겠어?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거치면서 제게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언가 건강에 좋다고 하면 무작정 맹신하기보다, 한 번 더 의심해 보고 깐깐하게 찾아보는 습관입니다.
주변에서 어싱이 대단한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니까 걷고는 있는데, 문득 '어싱에 정말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실 환우분들을 위해, 어싱의 진짜 팩트는 무엇이고 우리가 안전하게 즐기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야무지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싱(Earthing)의 과학적·의학적 냉정한 팩트 체크
인터넷이나 암 환우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지구의 음이온 전류가 몸속의 유해한 활성산소(양전하)를 모두 배출해 주어 염증을 없애고 암 세포를 소멸시킨다"는 식의 극단적인 글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투병 중에는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마음이 확 끌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의학계와 과학계의 공식 입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냉정합니다.
① 몸속 정전기 배출은 물리학적 팩트 (O)
우리 몸은 미세한 전기가 흐르는 도체입니다.
실제로 가전제품을 만지거나 겨울철 옷을 입을 때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전하가 쌓입니다.
이때 맨발로 땅을 밟으면 몸속에 쌓여 있던 과도한 정전기가 땅으로 흘러 내려가는 '접지(Earth)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명확한 물리적 사실입니다.
② 전자파 완벽 차단 및 암 치료 효과는 근거 부족 (X)
일부 소규모 논문에서 어싱이 세포의 염증을 줄이고 혈액 점도를 낮춰준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실험 대상자가 수십 명 수준으로 너무 적거나, 통제된 대조군이 명확하지 않아 세계적인 의학 학회에서 '공식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즉,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 일상 속 전자파가 100% 차단된다거나 질병이 완전히 치유된다고 믿는 것은 의학적 비약이자 과장입니다.
의학적 기적이 아니라도 '맨발 걷기'가 주는 진짜 확실한 효과
그렇다면 "어싱을 하고 나서 통증이 줄었다, 잠이 잘 온다, 피로가 풀렸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은 전부 거짓말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신비한 지구의 기운이라기보다는 '맨발 걷기 행위 자체'가 주는 탁월한 신체적·심리적 효과로 설명합니다.
① 발바닥 지압을 통한 폭발적인 혈액순환
우리가 두꺼운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신을 때는 발바닥의 특정 근육만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맨발로 자갈과 흙을 밟으면 발바닥에 분포된 수많은 미세 근육과 말초 신경이 엄청난 자극을 받습니다.
천연 지압판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이 자극 덕분에 전신의 혈액순환이 왕성해지고, 손발이 따뜻해지며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② 자율신경계 안정과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촉촉한 황토를 밟거나 파도치는 모래밭을 걸을 때 우리는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통해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이때 우리 몸의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긴장했던 몸이 이완되니 밤에 잠이 잘 오고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숙면은 면역력 회복의 가장 기본이자 강력한 무기입니다.
환우들이 황토길로 나서기 전, 반드시 지켜야 할 주의사항
맨발 걷기가 정서적 안정과 혈액순환에 훌륭한 운동인 것은 분명하지만, 몸이 예민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우분들은 단순히 기분 좋다고 무작정 걸어서는 안 됩니다.
안전한 힐링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발바닥에 작은 상처라도 있다면 절대 금물입니다.둘째, 당뇨가 있거나 항암 치료 중인 환우는 주치의 확인이 필수입니다.
셋째,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시작하세요.
마치며: 자연이 주는 위로를 현명하게 누리는 방법
어싱(접지)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함에 매료되어 이를 종교처럼 맹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독 더운 이번 여름날, 시원하고 부드러운 황토길을 걸으며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고 자연이 주는 위로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치유의 과정입니다.
문명 속에서 찌들었던 스트레스를 푸른 자연 속에서 걸으며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맨발 걷기는 우리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치유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내 몸의 상태를 늘 현명하게 살피며 안전하게 이 건강한 즐거움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산책로의 황토길을 찾아, 딱 20분만 온전히 자연을 느끼며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공부하는 환우를 위한 당부의 말씀
이 글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암 치료와 건강 관리는 암의 종류, 병기, 유전자 특성, 기저질환, 복용 약물 등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문의 내용은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시고, 실제 치료나 검사 결과 해석, 약물 복용과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환우마다 상황은 모두 다르며,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다른 분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디 다양한 정보를 현명하게 참고하시고,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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